[ASEAN 칼럼2] 김춘수 시 ‘꽃’ 그리고 ASEAN이라는 이름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이슬람 신자인 아세안(ASEAN) 사람이 내게 묻는다. “저는 세 명의 신을 믿습니다. 첫째는 제 아내이고, 둘째는 제가 모시는 대사님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신은 바로 ASEAN입니다. ASEAN 헌장은 성경의 창세기와도 같습니다.” 이 엉뚱한 대답에 ASEAN 사람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외교관의 언어유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재국을 신주단지처럼 모셔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에서 나온 확신이다. 필자는 과거 자유무역과 세계인권의 수호자인 WTO와 UN 인권이사회를,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희망인 세네갈을 신성시했고, 이제는 자카르타에서 ASEAN 신도로 살아가고 있다. ASEAN을 사랑하고 ASEAN을 이해함에 있어 가장 애착을 느끼는 점은 바로 ‘ASEAN’이라는 이름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라는 의미 때문은 아니다. 바로 동남아인들 스스로가 지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민족, 국가, 지역도 다 이름이 있지만, 스스로가 아닌 남이 지어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프리카는 로마인들에게 모래(afar)의 땅으로 불렸던 것에 기원
- 정리=박명기 기자
- 2020-02-12 05:40